낙동정맥419.0

사자봉[1189]/01.10.14[일]

청산-김세열 2005. 12. 17. 13:21

[산행지/일시] 사자봉/01.10.14[일]

[참가자] : 21명

[산행구간/10k] : 얼음골-사자봉[1189]-수미봉[1108]-층층폭포-표충사

 

이 구간은 몇 년전 사자평에 '고사리분교'가 있던 그 시절에 역으로 갔었다.

그때는 선배랑 후배랑 3명이서 추억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고사리분교'라는 이름이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을 싯점이었기에 우리는 눈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현장을 확인해야만 했다.

 

우리가 갔던 때는 겨울이었다.

여전히 나의 복장은 군화에 한복에 두루마기를 걸친 그리고 그 위에 배낭을 맨 아주 독특한 차림새였다.

들고간 닭으로 백숙을 해서 안주삼아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그때만 해도 몇 채의 민가가 있었고(물론 사람이 기거하는 집은 한 집) 학교에는 여전히 종이 매달려있고, 양지에는 개가 한 마리 편안하게 했볕을 쪼이는 풍경을 볼 수가 있었다.

저녁에는 쌓여있는 장작을 어찌나 많이도 아궁이에 넣었든지 엉덩이를 붙일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다음날 저녁에 마신 술로 후배는 죽어도 못간다고 우기고 선배는 내 눈치만 살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오로지 가는것만이 나의 목적이다.

가기로 계획을 잡고 왔으면 무조건 가야한다고 우겨서 억지로 후배를 뒤에서 훌치며 사자봉에 올랐다.

후배는 두어번 속에  있는것들을 세상으로 내밀어 놓았다.

 

얼음골로 내려오면서는 또 얼마나 굴렀는지...

눈이 내린 얼음골의 너덜은 어디에 발을 놓을지 모를 정도로 미끄러웠다.

 

그 후배 지금은 그림 공부한다고 중국에 들어간지 몇 년이다.

몇 년 전에 나와서 소주 한잔하면서 여전히 자기의 뇌리속에는 평생 그때만큼 힘든적이 없었다며 꽥꽥 거리던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 추억의 길을 다시 역으로 오르는 것이다.  

 

가을이 익어감이 나뭇잎들의 색으로 알수가 있다.

얼음골이라...

예전 내 대학시절 한여름에 이 골을 들어서면 벌써 다가오는 공기가 서늘한것이 '아~ 왔구나'하는 느낌을 가졌건만  근자에는 얼음이 어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

언제인가 선거철 감독이 소홀한 틈을 이용해서 얼음이 어느 바로 아래에 모텔을 짓는다며 발파 공사를 한 이후로 얼음이 맺히는 것을 보지를 못했다고 현지의 선배에게서 들었다.

개발도 좋지만 얼음골에 여름날 얼음이 달리는 기이한 자연현상을 보고자 사람들이 몰리는데도 불구하고 더이상 얼음이 얼지를 않도록 하고선 모텔을 짓는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쨌거나 얼음골로 들어서면 그래도 아직은 다른골보다는 시원함을 느낀다.

조금 오르면 낡은 천왕사란 절이 있다.

사람이 없는 빈 절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얼음골이 알려지고,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다보니 이젠 이 절도 더이상 빈 절로 남아있지 않으려나 보다.

그래도 허준이 지금의 암을 자기의 스승인 유의태를 우리 의학상 처음으로 외과적 방법으로 수술한 역사적 장소임에도 황량하게 버려져 있어 당시에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또 사람이 들어와서 지내려고 하는것을 보고는 '그냥 역사의 한 장소로만 남아 있을수만 있다면'.. 하는 묘한 생각이 든다.

 

일설에는 유의태를 수술한 장소가 여기 천왕사가 아닌 석골사 위의 한 지점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역사의 기록에는 유의태가 허준보다도 80여년이나 후세 사람이라고 하니 이것도 역사의 재밌는 부분이다.

후세의 사람들이 어찌 이것이 저것이 정답이다라고 명확히 답을 구할 수가 있겠는가...?

 

숨이 턱에 차오를때 쯤이면 주능선상에 선다.

배내골에서 올라오기도하고, 능동산에서 능선을 타고 오기도 한다.

여기서부터 사자평까지 전국에서도 최고로 아름답다는 영남알프스 구간을 억새를 바라보며 걸을수가 있다.

부산의 산악인인 성산선생이 이 일대의 산들을 다니다가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알프스의 명성에 걸맞는 곳이라고해서 영남알프스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사자평까지 끝없이 이어진 몇 십만평의 억새평전은 정말 이국적 냄새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의 억새들이 더 아름다웠다.

오직 억새만 있을뿐 잡목이 없는 상태이었기 때문일게다.

허나 몇년 사이에 억새 사이 사이에 잡목이 많이 자라서 예전만큼은 못한듯하다.

 

사자봉에서 사자평으로 하산하면 예전의 고사리분교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추억으로만 남고, 단지 학교가 있었던 자리에는 조그만 비석하나만 달랑 있을뿐이다.

이곳의 땅주인이 표충사라고 한다.

해서 몇 년전에 이곳에다 의상인지 원효선사인지 박물관을 지으려고 학교와 주민을 억지로 철거 시킨것으로 안다.

현재는 박물관도 주민도 학교도 아무것도 없고, 세월에 따라 피고 지는 억새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이다.

 

사자평에서 표충사로의 하산길은 크게 세갈래 길이다.

왼쪽의 임도와 가운데 문수봉으로 해서 건불암방향, 층층폭포길이다.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은 없지만 가운데 폭포가 있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이 길은 아직 가보지를 못한 길이기에 ...

 

 

 

 

 

 

 

 

 

 

 

 

 

 

 

 

 

 

 

 

 

 

 

 

 

[산행지/일시] 사자봉/01.10. 21[일]

[참가자] : 17명

청산/로빈훗/주노/바람그리고 바다/진+1/이쁜나무/hangjoo+남편/길/은하철도/샌디/햇님/grape/119/쵸코/하모니카

[산행구간/10k] : 얼음골-사자봉[1189]-수미봉[1108]-층층폭포-표충사

비가 내리던 날.....2주전 갔던 그 길을 다시 나섰네...